Serapeum의/학원(2012~2013)

학원 이야기 022

serapeum 2012. 11. 16. 16:11

이젠 제법 쌀쌀하다..

하긴 눈도 왔었다니.. 겨울이라 불러야하나..

 

건물이 오래되고 창틀 역시 이중이 아닌
철재라 단열이 전혀 되지 않는다.

때문에 방풍을 어찌할까 고민을 하다...
방풍비닐을 겹겹으로 설치하기로 했다.
우선 방풍용으로 뽁뽁이를 네 겹 정도 둘렀는데 ..

 

뭐.. 그런 대로 찬바람을 막고 단열하는 효과가 있는 듯하다.
그래서 앞으로 심심할 때마다 계속 창에 뽁뽁이를 붙여서
한겨울이 되면 벽두께 만큼 만들 생각이다.


그런 생각에 혼자 얼빠진 놈처럼 흐뭇해하고 있는데 ...

시크가이 2학년 전군.. 힘차게 문을 열고 등장한다.


전군 : (샘이 왜 저러지 하는 눈빛이다.) .. 저 왔어요.

저 : (좀 멋쩍은 몸짓으로) 어.. 왔어..

전군 : (일주일 묵은 숙제를 내민다 )
       이거 숙제요. 어제 엄마가 찾아 줬어요.

저 : (숙제 파일을 흔들며) 오.. 숙제가 아주 잘 익었네..

전군 : (큰 눈을 껌뻑이며..) 예..?

저 : 아니야.. 농담이야.. 숙제 오랜만에 본다고.. ^^


일주일 만에 찾아온 숙제를 내밀고 자리로 간 전군...
앉아서 진도지를 책상 위에 펴기도 전에
뒤돌아보며 한마디 한다.


전군 : (씩 웃으며 콧구멍에 힘을 한껏 준 표정으로) 샘!

저 : 응.. 왜?

전군 : 오늘.. 단원평가를.. 봤는데요..

저 : 그래.. 잘 봤어?

전군 : (살짝 거만하기까지 한 표정으로 힘차게) 예..!

저 : 오! 고뤠.. 얼마나 잘 봤는데..?

전군 : (계속 그 자세에 그 표정으로) 60점 맞았어요..!

저 : (믿을 수 없다는 표정으로) 오! 정말.. 전군 정말 잘했네..!

전군 : (역시 그 자세, 그 표정) 그냥 봤어요.. (콧구멍에서 고래도 나올 기세)


전군의 현재 상태에서는 "언빌리버블"한 결과라서
살짝 확인 작업에 들어갔다.


저 : 같은 반 친구들도 잘 봤어..?

전군 : (꾸준히 그 자세, 그 표정) 음.. 4개 맞은 아이도 있고..  2개 틀린 아이도 있어요.

저 : 고뤠.. 문제는 쉬웠어? 어려웠어..?

전군 : (살짝 자세가 풀리며) 문제가 이상해요.. 막 글씨만 있고 그래요..

전 : 고뤠.. 그럼 전군은 몇 개 맞았어..?

전군 : (다시 그 자세, 그 표정으로 돌아가서 ) .. 6 개 요 ~ !

저 : 오~~ 고뤠.. 전군 대단한데..

전군 : (씩~ 이를 보여주며) 뭘요..! (겸손도 떤다)

저 : 그런데 전군... 시험문제가 몇 개였어?


전군, 갑작스러운 질문에
위아래로 눈알을 굴리며 생각하는 척한다.
살짝 미간을 찡그리기도 하고 ....
정말 생각이 잘 나지 않는가 보다.

 

한 십여초 그렇게 골몰하더니
드디어 생각이 난 듯,
아주 해맑게 이가 다 보이도록 환한 미소를 지으며..
 
 
전군 :  ... 열..  여덟 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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