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메롱"
1 : 0
이양이 문을 열자마자 내가 먼저
"메롱"을 외쳤다.
의외의 결과에 당황한
이양...
정신도 못 챙기고 영어교실로 후퇴한다.
저번 주, 연 이틀 이양의
"메롱" 기습공격을
그냥 속수무책으로
당하고만 있었더니,
이것이 아주 작정하고 공격을
한다.
그래서 이번에는 만반의 준비를 하고
있었다.
그리하여 이양과의 "메롱"전쟁에서
귀중한 1승을 챙길 수 있었다.
약 십여 분후..
필요한 것이 있어서 원장실로 잠깐 자리를
옮긴 그 때..
영어교실문이 스르르
열리면서
이양의 머리가 빼꼼 나온다.
잠시 수학교실 상황을 염탐하고 있더니...
이내 슬금슬금 나와서 수학교실 문고리를 잡고
기습을 노린다.
이 때다 싶어.. 원장실 문을 박차고
나가서
뒤통수에다 두 번째 "메롱"을
선사했다.
이번에는 당황 했다기 보단
좀 놀란 표정으로 씩씩거린다.
이양, 자긴 놀라면 딸꾹질을 한단다.
놀라게 하지 말란다...
그리곤 쏜 살 같이 영어교실로
철수한다.
하여간, 2 : 0
얼마간 승리의 기쁨을 만끽하며 채점을 하고
있는데,
다시 한 번, 영어교실 문이 열리는 소리가
들리고...
정수기 앞에서 물을 마시는 소리가
들린다.
정말, 이양의 승부욕은 F1 레이서 저리
가라다.
어쩐다...?
한 번 저줄까...
잠깐의 고민.... 시간이
없다....
교실 문 앞으로 향하는
이양의 발자국소리가 들린다.
절체절명의
순간...!
한국전쟁 동부전선에서 참호 깊숙이
고개 숙이고 있던 말단 병사의 심정으로
수학교실 문 앞에 쪼그리고 앉아있었다.
어쩌지...?
그래...!
끝을 봐야 하는 이양의 승부욕을
이쯤에서 만족시키는 것이
내가 할 수 있는 가장 현명한 선택임을 되뇌며
기꺼이 "메롱"을 당하기로 맘을 먹고 있던 바로 그 순간 ...
수학교실 문이 갑자기
열렸다.
"메롱"
잠시 적막이
흐르고...
내 눈앞에는 심하게 씰룩 거리는 이양의 얼굴이 들어왔다.
잠시 멍한 얼굴로 멈칫하던 이양이 휙 돌아서 버린다.
그리곤 닭똥 같은 눈물을 뚝뚝 흘리며... 대성통곡을 시작한다.
아차차.. 이런 나도 모르게
반사적으로 내가 먼저 "메롱"을
해버렸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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에필로그..
영어교실 씰룩씰룩 2학년 이양에게는
칭찬도장 4개와 사과사탕 1개, 딸기사탕
1개..
그리고 향후 수학샘을 향한 ..
무제한 "메롱"시전권이라는 어마어마한 위자료와
박장대소한 영어샘과 6학년 언니들의
따닷한 다독임이 흠뻑 주어졌다.
이런 우여곡절이
있었지만..
어째든 3 :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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