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erapeum의/영화

괴물들이 사는 나라(Where the Wide Things Are,2009년)

serapeum 2010. 2. 11. 07:21

영화이야기 - 괴물들이 사는 나라(Where the Wide Things Are,2009년)

 

얼마전부터 딸아이와 Skycity Cinema에 다니면서 눈여겨본 영화가 있었습니다...

제목은 " Where the Wide Things Are ", 우리말 제목은 " 괴물들이 사는 나라 " 입니다.

그 영화의 포스터를 봤을때 어디선가 본듯한 느낌을 받았습니다..

그리곤 그 포스터를 볼 때마다 생각을 했죠... 왠지 낯설지 않은걸~~

 

 

그런데 그 낯설지 않은 느낌이 틀린 것이 아니더군요..

딸아이에게 저 괴물본적 없냐고 물어봤더니 처음에는 모르겠다고 하더니

좀 있다가 그러더군요.. 책에서 봤다고... ^^ ;

 

맞습니다..다시보니... 아이가 학교에 가기도 전에 사주었던 그림 동화책 속에 있던 괴물이더군요.

번역본의 제목은 " 괴물들이 사는 나라 "였습니다...

 

 

 

그 사실을 알고나니 왠지 그 영화가 자꾸 궁굼해 졌습니다...

도대체 그 동화책을 어떻게 영화로 만들었을까..??

 

그 책은 분량 40페이지 정도의 그림 동화라서 글도 별로 없습니다.

그리고 미취학 아동용 동화이기 때문에 아주 단순한 내용을 갖고 있습니다.

저도 처음 그 동화책을 봤을때는 " 도대체 무슨 동화책이 이렇게 흉칙한 괴물들만 나올까? " 

했을 정도로 이해가 어렵기도 했고요..

 

동화책의 내용은 간단합니다..

 

맥스라는 말썽꾸러기 남자아이가 집안을 난장판으로 만듭니다.

당연히 엄마에게 혼났죠..

그리곤 벌로 저녁을 먹지 못하게 되고 자기 방안에서 나오지 못하게 됩니다.

 

그렇게 방안에 있게된 맥스는 벌을 받는 그 순간에도 자기만의 세계를 만들어 놀이를 시작합니다..

그리곤 배를 타고 한참을 가서 괴물들이 사는 나라에 도착합니다.

거기서 그 괴물들의 왕이 되어 괴물들과 신나는 놀이를 합니다..

 

그러다 배고픔을 느끼곤 다시 배를 타고 돌아와 엄마가 준비해 둔 저녁을 먹는다는 이야깁니다. 

 

저는 처음에 그 괴물들이 도대체 어디서 나온건지 이해를 못했었습니다.. ^^ ;

아무리 보고 또 봐도 이해가 되지 않더군요..

그러던 어느날 우연찮게 딸아이와 엄마의 대화를 듣고 나서 그 괴물들이 어디서 온 괴물들인지 알게됐습니다.

그리고 그 동화책이 아이들을 얼마나 잘 이해하고 아이들의 생각을 잘 표현 했는지도 알게됐고요.

 

엄마 : 제발 말 좀 들어..

딸 : ... 

엄마 : 도대체 왜그러는데.. 엉..? 혼나볼래..!!

 

지금도 매일 같이 있는 일이지만 딸아이가 지금보다 어릴적에는

엄마말을 듣지 않는 딸아이와 마눌님 대화가 저 정도까지가면

딸아이는 닭똥같은 눈물을 뚝뚝 흘리며 저에게 오곤 했습니다...

 

언젠가 하루는 비슷한 상황이 벌어지고 역시 시무룩해진 딸아이가 여느 때 같이 

제 무릎에 앉아서 뿌루퉁하게 있었습니다.

 

저 : 또 엄마 한테 혼났구나..?

딸 : ...

저 : 그러게 엄마 화나기 전에 엄마 말을 조금만 잘 듣지 그랬어.... ^^ ;

딸 : .. 엄마 싫어 ... 엄마 괴물 같어 ..

저 : ....... -..- ;

 

저 : .......괴물.............!! 

  

 

그렇습니다.. 이 그림 동화 "괴물들이 사는 나라"는 아이의 마음을 너무 잘 표현하고 있었던 겁니다..

그 순간 할 말이 없더군요... ^^ ; 머리를 갑자기 한 대 얻어맞은 그런 기분이 들었습니다...

 

그러면서 제가 어렸을때가 생각 나더군요... 저도 어렸을 때, 말썽을 피우다 어머니에게 되게 혼나고나면

" 엄마는 괴물 같다 "라는 생각을 했던 기억이 떠올랐습니다... ^^ ;

그리곤 나만의 공간을 만들어 그 속에서 몇 시간이고 상상의 나래를 펼치던 기억이 살아나더군요.

 

누구나 그 나이 때를 돌이켜보면, 나와 놀아주지 않고 나를 이해해주지 않는 어머니와 어른들이

모두 괴물 같은 순간이 있었을 겁니다. 이 그림 동화는 그런 순간의 아이들의 마음을 잘 표현해 주고

있었던 겁니다. 아이들을 위한 동화는 아무나 쓰는 것이 아니라는 생각이 들더군요.

 

 

 

그런데 이 그림동화가 영화로 만들어져서 제 눈 앞에 나타난겁니다.... ^^ ;

며칠동안 딸아이에게  이 영화를 같이 가서 보자고 졸랐는데, 이제는 많이 컸는지 시큰둥하네요.

그래서 저 혼자 봤습니다... ^^ ;

 

내용은 약간의 각색이 있었지만, 크게 봤을때 동일한 틀을 유지합니다.

맥스와 엄마 그리고 괴물들... ^^ ;

 

제작비만 1억달러가 들었다고 하더군요. 괴물을 실제처럼 생동감 있게 표현한 것과 거대한 셋트들을

보니 그 만큼의 제작비가 들었다는 것이 이해가 되더군요.. 그래도 아이들의 동화를 원작으로 영화를

만드는데 1억달러를 투자한 것을 보면 이해가 어려운 부분도 있기는 합니다... ^^ ;

 

영화를 보는 내내 저는 제가 딸아이에게 괴물이였던 적은 없었나 뒤돌아보게 되더군요.

 

꿈과 믿음과 사랑으로 가득채워 주기도 짧은 아이와의 10여년의 시간동안,

아이의 꿈을 뺏고, 틀에 고정된 생각을 강요하고, 가식으로 아이를 대하지 않았었나

반성을 많이 했습니다...

 

딸아이가 캠핑에서 돌아오면,  이 영화를 딸아이와 함께 다시 한 번 봐야겠네요.... ^^ ;

 

* 괴물들이 사는 나라에 간 맥스는 어떻게 됐냐고요..??

  끝장면은 동화책에 있습니다... ^^ ;

====================================================================================

 Karen O & The Kids - ALL is LOVE (괴물들이 사는 나라 OST)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