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erapeum의/경제

뉴질랜드에서 쓰는 글 - 계산기 창업

serapeum 2009. 11. 29. 18:59

요즘 올리는 글들이 솔직하기는 하지만, 너무 우울한 현실이야기만 있어서 좀 색다른 분위기의 글을 하나 올려봅니다. 이 글은 2004년 07월에 다른 싸이트에 적어두었던 것입니다. 글의 배경은 한국이지만, 현재 뉴질랜드에서 장기사업비자를 염두해둔 분들에게 도움이 될 수 있을거 같아 올려 봅니다.

 

주변에서 들은 이야기를 글로 쓴 것이 아니고, 제 직접 경험을 바탕으로 작성된 글이니까... 현실감은 더 있을겁니다. 그리고 현재 뉴질랜드의 상황은 당시의 우리나라보다 더 침체되어 있다는 걸 감안하시기 바랍니다.

 

하긴, 이곳에 영주권을 목표로 오신 많은 분들이  이런 계산기 창업과 같은 경우일 겁니다... ^^ ;



 

계산기 많이 두드리지 말자!

음식장사뿐만이 아니라  모든 장사들이 그렇지만  시작하는 단계에서는 떼돈을 번다는 계산으로 시작을 하게된다.  여기서 떼돈의 기준은  각자 다르겠지만, 분명한 것은 각자의 기대수익을 충족시키는 이상의 액수의 수익을 기대한다는 것이다.

 

예를 들자면, 월 300만원을 벌던 직장인이 회사를 그만두고 자영업을 시작하려고 했을때, 그 사업이 월 300만원을 훨씬 넘는 수익을 준다는 확신이 섰을때라야 그는 자영업을 시작할거라는 것이다.

 

나 역시 그런 생각으로 장사를 시작했던 전력이 있었다. 하긴 돈이 만족할 만큼 벌리지 않는다고 판단되는데 그 장사 시작하겠나? 돈이 많이 벌릴거라고 생각하는건 당연하다.


그런데 문제는 그 수익의 측정방법에 있다. 시작단계에서 창업대상에 대한 정보는 한쪽으로 치우친 반쪽도 안되는 정보인 경우가 대부분이다. 그런데 의외로 그 얼마 안되는 창업정보만 믿고 따르는 창업자들이 많다는 사실이다. ( 하긴 그 덕에 껍데기 프랜차이즈가 사기도 치지... )

 

귀동냥으로 얻은 정보와 주변 지인들의 이야기와  자신의 머리속에 굴러다니는 이런저런 잡지식들을 섞어서 마스터플랜을 그려본다. 혼자 책상에 앉아서 계산기를 뚝닥거리다가 예기치 못했던 액수가 LCD창에 뜨는걸  보고 흠짓 놀라서 창업을 결심하는 경우가 많다.

 

이런 형태의 창업은 수익의 착시현상을 일으켜서 성급한 창업을 시도하는 주요 동기를 제공한다. 그 업종의 실체를 잘 모르는 상태에서 계산기로 찍은 결과만을 보고 미래의 수익을 확신하여 창업을 하게되는 경우가 많은데 바로 이것이 ' 계산기 창업 '이다.


계산기 창업의 맹점은 창업자의 영업 능력, 비수기의 매출감소, 예상치 못했던 환경변화등을 전혀 고려하지 않는다는 것이다. 대분분 이리저리 사전조사를 하고 다니는 경우를 보면 대부분 장사가  아주 잘 되는 경우만 쳐다보게 된다.

 

그리고 그 업종이 피크에 올라섰을때 뛰어들게 마련이다. 그러다보니 계산기로 두드린 예상수익은 입이 쫙 벌어질 정도로 예상이 될 수 밖에 ! 그 숫자에 혹해서 서둘러 계약서 작성하고 일을 벌린다. 그런데 막상 가게를 열고 보면 "어라 그것이 아니네!"라는 숨겨졌던 사실과 후회가 몰려오게된다.


대학 앞에 형성된 상권들 중에서 건대와 서울대(신림동), 신촌정도를 제외한 대다수는  과대포장되있는 상권이라 보면 된다. 계절적 비수기와 자기 수입이 없는 학생들을 상대해야되는 것들 때문에 일년의 반이상은 비수기라 생각해야된다. 건대와 서울대, 신촌등지는 학생들이 아닌 외부인들의 유동이 크기 때문에 비수기의 타격이 크지 않다고 봐도 된다. 하지만 이 역시 권리금의 규모 때문에 그리 매력적이라 할 수는 없지만.....


하여간  이런 사정을 생각지 않고 3월 신학기가 시작되면 상가들의 임차인들이 약속이나 한듯이 막 바뀌기 시작한다. 이유는 그동안 매물로 내어놓은 가게들이 손님들이 없어서 매매가 안되고 있다가 신학기가 시작되면서 3월 반짝 호황을 보고 계약을 쓰기 때문이다. 그리고 4월에 들어가면서 정상으로 돌아온다. 그럼 3월을 기준으로 세웠던 수익계획은 어찌되나? 당근 물거품인 것이다.


위의 사례가 아주 일반적인 경우라고 보면 되겠다. 나중에 중개인 관련 글도 쓸거지만, 하여간 이런 일들의 중간에는 중개인들이 꼭 있는데, 대다수 이들이 벌리는 일이라고 보면 된다.


하여간 이런 계산기창업은 필패라고 보면 된다.

 

그런데 예외가 있다. 그 예외는 이렇다. 1년정도 그 분야를 천천히 돌아보는 것이다. 비수기와 성수기를 체크해가면서 수익성등을 보다가 비수기 때 계산기를 두드리는 것이다. 비수기에 수익을 보이는 결과가 계산기에 찍혔다면! 그 창업은 할만한 것이다...



 

뉴질랜드에서의 장기사업의 경우도 마찬가지라고 생각됩니다. 이것이 좋겠다, 저것이 좋겠다 말들은 많지만, 결과적으로는 "계산기 창업" 의 범주를 벗어나지 못하게 됩니다.

 

실제로 요즘 이 곳 뉴질랜드 현지의 분위기는 장기사업비자를 목표로 들어오려는 한국인들을 상대로 파리가 날리는 자신의 점포를 알차게 넘겨보자는 분위기입니다. 그래서 별 상관도 없는 지역에 가게가  만들어지고

곳곳에서 상가 매물이 나오고 있기도 합니다.

 

뉴질랜드에서 영주권에 도전할 수 있는 거의 유일한 방법이 되어버린 장기사업비자를 목표로 알아보시는 분들은 반드시 현지에 오셔서 분위기를 먼저 보시고 일을 추진하시기 바랍니다. 당연히 그 기간은 하루이틀이 되어서는 안될 겁니다. 적어도 한두달은 되야될 겁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