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금 한국은 부동산 자산가격 하락이 아주 큰 이슈고 문제입니다. 각종 언론매체
에서는 매일같이 부동산 자산가격 하락으로 중산층이 붕괴된다. 서민이 다 죽는
다 말들이 많습니다. 물론 그 중산층과 서민이 어떤 기준으로 선별된 계층인지는
잘 모르겠지만 말입니다.
그런데 그런 부동산 자산가격 그러니까 구체적으로 아파트가 되겠는데요. 이 아
파트 가격의 급격한 하락이야기를 듣고, 지금까지는 부담스러운 가격에 구입을
못하다가 이제야 구입을 하기로 마음을 먹은 대기 매수자들이 막상 부동산 중개
업소를 찾으면 그곳에서의 상황은 언론에서 이야기한 것과는 한참 다른다는 것
을 알게됩니다.
언론에서 30%가 떨어졌다고 해서 가보면, 실제로 그런 가격의 매물은 없고 예전
최고 거래가격에서 약간 떨어진 물건이나 오히려 더 올린 가격으로 나온 물건들
이 대다수라는 것을 알고는 어리둥절해 집니다. 거기다 그 가격이 급매라고 나온
물건의 가격이라는 걸 알면 실소가 나오게 됩니다. 그리곤 도대체 어떻게된 영문
인지 고개를 갸우뚱하며, " 아파트 값하락은 정말로 실제하나? "라는 의문을 갖곤
발걸음을 되돌리게 됩니다. 이것이 요즘 한국의 부동산 시장의 모습일 겁니다.
실제로 현재 발표되는 각종 통계와 자료들을 종합해보면, 아파트를 중심으로한
부동산 자산가격의 하락은 심각한 수준인 것이 맞습니다. 그러나 아파트를 소유
하고 있는 사람들과 아파트를 구입하고자 하는 사람들 모두 2008년 가을과 겨울
보단 가격 하락이 심하지 않다고 느끼는 것도 사실입니다.
그럼 어디서 이런 괴리가 발생하는 걸까요? 언론은 실제하지 않은 아파트 가격하
락을 연일 기사로 내보내고 있는 걸까요? 물론, 아닙니다. 실제로 아파트 시장은
붕괴 일보직전에 있는 것이 사실입니다. 단지, 아직 그 하락이 본격적으로 모습을
나타내지 않았을 뿐입니다.
그런 이유로 언론에서 이야기하는 시장과 부동산 실거래 시장의 차이가 나타나는
것입니다. 이런 현상이 생기는 것은 일전에 글로 썼듯이 시간의 차이가 발생하기
때문인데, 앞으로 점점 자산소유자들이 처한 상황과 거기에 더불어 그 자산시장
전체의 가치에서 부채가 차지하는 비중이 시간에 따라 변화를 하면서 본래의 모
습을 나타내게될 것입니다.
주식시장을 예로 들면, 주식시장에서는 신용거래라는 방식이 있습니다. 자기자본
만으로 주식거래를 하기에는 기초자산이 부족한 경우 금융기관에 자기주식을 담
보로 대출을 받아 주식을 추가로 구입하는 겁니다.
A회사 주식을 주당 1,000원에 1,000주 구입한 B라는 사람이 있다고 합시다. B는
A사의 주식가치가 앞으로 주당 1,500원 이상까지 상승한다고 확신을 하고 있습니
다. 이런 경우에 B는 금융기관에 자기소유주식의 현재가치를 기준으로 최고 400
%정도 대출을 받을 수 있습니다. A사의 현주가가 1,000원이라면 4,000주를 추가
로 구입할 수 있는 자금을 담보대출 받을 수 있다는 겁니다.
이 때, B가 200% 비율의 담보대출을 받았다고 하면, 주당 1,000원에 2,000주를 추
가로 구입할 수 있게 됩니다. 금액으로 치면 자기기초자산 1,000,000원에 대출금
2,000,000원을 더한 3,000,000원 어치의 A사 주식을 소유하는 겁니다.
여기서 주가가 예상과 같이 상승을 해서 1,500원까지 올랐다고 하면, B는 3,000주
를 소유하고 있기 때문에 평가금액이 4,500,000원이 되어 기초자산대비 수익금액
은 기초자산과 대출금을 제외한 1,500,000원이 됩니다. 수익율이 150%가 되는 겁
니다. 주식담보대출을 받지 않았으면 수익율은 50%였을겁니다. 그러나 주식담보
대출을 받아서 150%의 수익을 얻을 수 있었던 겁니다. 이 때의 100%의 초과수익
을 레버리지 효과라고 합니다.
그러나 반대의 경우, 주식가격이 하락을 하면 어떻게 될까요? 맞습니다. 역레버리
지 효과가 나오게 됩니다. 주가가 500원으로 하락하는 경우, 총소유주식의 가치는
1,500,000원이 됩니다. 이렇게 되면 B의 기초자산은 모두 소멸되고 대출금에서도
500,000원의 손실이 발생하는 결과가 나오는 겁니다.
그러나 주식담보대출의 경우, 실제로는 그 이전에 마진콜과 반대매매라는 절차를
거쳐서 대출금융기관이 적극적으로 손실을 막는 행위를 하게 됩니다. 일반적으로
그런 절차는 대출자 소유주식의 평가금액이 총대출금의 120%이하가된 경우, 시
작되게 됩니다. 이것을 담보비율이라고 합니다.
B의 경우에는 평가금액이 2,400,000원이하가 되면, 우선 부족한 담보액 만큼 현금
이나 주식을 본인 계좌에 채워넣어야하는 마진콜이 발생합니다. 그리고 담보부족
을 해소하지 못하면, 다음날 바로 강제적인 반대매매가 이루어집니다. B의 경우,
A회사의 주가가 800원으로 떨어지면, 마진콜이 시작됩니다. 물론, 대출액이 큰 경
우에는 보다 높은 가격에도 마진콜과 반대매매가 이루어지게됩니다. ( 400%의 대
출을 받으면, 40원 하락한 960원에 마진콜이 발생합니다.)
주식시장에서 보면, 종종 아무런 이유없이 특정종목의 주가만 급격하게 하락하는
경우를 보게됩니다. 이런 일은 아주 흔하게 일어납니다. 그런데 그런 회사의 주가
변동을 차트를 통해 보면, 특징적인 모습을 나타내는데요. 급락 이전 수일간 거래
량이 없는 상태의 약한 하락을 보인다는 겁니다. 그러다 갑자기 거의 투매의 양상
으로 이전 거래량의 몇 배에 해당하는 매도물량이 나오면서 거의 하한가까지 추
락을 합니다. 이런 경우는 거의 반대매매가 발생한 경우라고 보면 됩니다. 반대매
매에 어설픈 손절매 물량까지 가세하면 그 하락폭은 아주 크게 나타나곤 합니다.
이런 반대매매를 당하는 B와 같은 사람의 입장은 어떨까요? 마진콜이 왔을때, 바
로 추가 담보금을 입금하면 문제가 없을 겁니다. 그러나 추가 담보금을 자유롭게
척척 입금할 수 있는 사람이 주식담보대출을 받는 경우는 많지 않습니다. 대부분
주머니를 탁탁 턴 경우가 대부분입니다. 그만큼 주가 상승에 확신을 갖고 모험을
하는 겁니다.당연히 자금의 여유가 없습니다.
A사의 주가가 지속적으로 하락을 하게 될 경우, B는 두가지의 선택을 할 수 있습
니다. 마진콜이 발생할 때까지 기다리던지, 아니면 그전에 손실을 끊는 손절매를
하여 보유주식을 매도하고 대출금을 변제하던지 입니다.
그런데 마진콜을 당하는 경우를 보면, 손절매자체가 힘든 경우가 많습니다. 그 당
시 주식의 유동성이 떨어지는 겁니다. 하락이 시작되면, 그 동안 주가상승을 보면
서 매수를 원하던 사람들이 매수주문을 취소하기 시작하는 겁니다. 그렇게 되면,
B는 손절매를 할 수가 없게 됩니다.
주가 하락으로 해당 주식의 유동성이 떨어진 경우, 어이없게도 자신의 손절매가
자기자신을 마진콜 상황으로 몰고 가버리게 될 수도 있기 때문입니다. 이렇게 되
면 속절없이 마진콜을 당하게 됩니다. 실제로 거래소 시장의 자본금이 크고 유동
성이 좋은 회사가 아니라면, B가 소유한 A회사의 주식수가 총발행 주식의 1%이
상만 되도 그 효과는 크게 나타나곤 합니다.
그럼 다시 아파트 시장으로 돌아와 보겠습니다. 현재 상황를 종합해보면, 호
가의 약한 하락과 거래의 급격한 감소가 지속되는 상태입니다. 아파트 매수를 준
비하던 사람들이 어느 순간 사라지고 매도자의 호가만 남은 형국이 지속되고 있
는 겁니다.
근래들어, 많은 언론과 전문가들은 아파트 가격의 지속적 하락으로 과도한 대출
을 받아서 아파트를 구입한 소유자들이 부담을 이기지 못하고 조만간 투매에 나
서고 그와 함께 호가의 급격한 하락을 불러 부동산 가격이 급락할거라는 예측을
쏟아내고 있습니다.
그러나 아직까지 실제 부동산 시장의 모습은 극심한 거래의 실종은 있어도 아파
트소유자들의 투매는 나타나지 않는 양상입니다. 오히려 지방의 경우는 상승을
하고 있기도 합니다.
제가 생각하기에는 (주식시장의 경우와는 달리), 한국 부동산 시장의 경우는 이런
하락방향의 보합세가 상당기간 지속될 것 같습니다. 모두가 우려하는 갑작스러운
급락이 당장 찾아오지는 않을것 같다는 겁니다.
왜냐하면 한국의 대부분의 가구들을 보면, 부동산재산이 모든 것이기 때문
입니다.
그리고 우리나라의 부동산시장 뿐만 아니라 모든 자산시장이 그렇듯, 종국에 가
선 자산시장의 크기를 과도하게 키운 부채가 자산가격의 하락의 주된 원인이 됩
니다. 자산가격의 변동은 언제나 부채 총량의 변화와 그 운명을 같이하게 되는 것
입니다.
그리고 일반적으로 자산매수자들의 경우, 대출를 과도하게 받아서 해당 자산을 구
입하는 경우는 많지 않습니다. 누구든지 자신이 감당할 수 있는 만큼의 한도를 합
리적으로 정한 후에 구입을 하게 됩니다. 이것이 리스크 회피인데 어떤경우에서든
그 합리성을 유지합니다.
그럼 현재 문제가 되는 과도한 대출을 받아 아파트를 구입한 가구들 역시 합리적
인 판단에 따른 행동을 한 것이냐의 질문에 저는 그렇다라고 답을 할 수 있습니다.
왜냐하면, 그 아파트를 구입할 당시에는 그것이 그들에게 있어서는 가장 합리적
인 결정이였기 때문입니다.
자고 일어나면 수천만원, 수억원씩 오르는 아파트 가격을 보면서 2억, 3억원의 대
출은 충분히 감당하고도 남는 리스크 였을 겁니다. 당연히 부동산 소유자들은 항
상 자신의 이성적이고 합리적인 판단을 확고하게 믿게 됩니다.
위와 같은 이유로, 아파트 담보대출의 이자와 원금을 상환하는 것이 너무 부담스
러운 경우에도, 다른 모든 것을 줄여 이자와 원금을 상환하면서 아파트 가격회복
을 기다리면 기다렸지 절대 아파트 호가를 크게 내려서 부동산 중개업소에 내놓
지 않게 됩니다. 급하게 부동산 중개업소에 내놓는 경우에도, 소유자 자신이 생각
하는 가격에서 호가를 조금 낮춰 내놓을 뿐입니다. 그게 딱 지금의 시장 상황입니
다.
그럼 아파트를 중심으로 한 부동산 가격의 본격적인 하락은 오지 않는 걸
까요?
아닙니다. 하락은 이제 시작된 듯 합니다. 이제야 롤러코스트의 두번째 상단부를
지났다는 겁니다. 롤러코스트 궤도열차의 끝부분은 아직 두번째 정상부분에 물려
있는지도 모르겠지만 말입니다. 그러나 아직 하락에 가속이 붙을 시기는 아닙니
다.
물론 그 시기가 언제일진 저도 정확히 알지는 못합니다. 다만, 본격적인 부동산가
격 하락의 모습이 어떨지는 대충 생각해 볼 수 있습니다. 그것은 주식이나 채권등
의 다른 자산들이 일정기간 침체 후, 급격한 하락의 경우가 마진콜로부터 시작되
는 것과 유사할 것입니다.
부동산(아파트)의 본격적인 하락은 급격한 투매의 모습이 아니라 급증하는 경매
의 모습으로 나타날 가능성이 큽니다. 어느 순간 부채의 부담을 이겨내지 못한 가
구가 급증하는 구간이 나타날 것인데, 그 구간에 들어서야 시장은 하락을 시작할
것입니다. 그 때가 되면, 대출원금과 이자상환을 위해 주어진 시간이 점점 짦아질
테니까 말입니다.
신문이나 TV에서 부동산 가격하락 뉴스를 보고 바로 부동산 중개업소를 찾아가
도 실제로 매수자가 마땅한 물건을 찾지 못하는 이유가 여기에 있습니다. 물론,
매도자와 매수자를 연결시키는 중개업자의 장난도 적지 않지만요.... ^^ ;
* 요즘 말이 많은 DTI규제 완화와 폐지는 하락강도를 약간 완화시키고 하락기간
을 약간 연장해 줄 뿐 아파트가격 안정문제 해결에 도움은 되지 않습니다. 오히려
총부채를 증가시켜 심각한 부작용을 만들뿐이겠죠. 하락기간을 늘리는 역할만 할
뿐입니다. 다음번 부동산 상승시기가 올 때까지 버틸 수 있는 시간을 벌기 위한
용도의 대출규제의 완화를 요구하는 건데요. 적절한 총부채규모의 감소 없는 상
승은 어렵다고 봐야할 겁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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