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erapeum의/학원(2012~2013)

학원 이야기 009

serapeum 2012. 10. 15. 14:55

- 아..! 이놈을 어떻게 한다...?  

              - 2부 -


아무래도 안 되겠어서 옆에 앉혔다.....

 

저 : 이군아..! 공부를 왜 할까?

이군 : (뭘 그런걸 묻느냐는 눈빛이다) 예..?

저: 왜 공부를 해야될까?

이군 : (난감하단 듯..) 어.. 저.. 그..


6학년 콧수염 이군,
질문하고 30초정도 지나자 눈알을 이리저리 굴리고,
콧수염난 입가에 힘을 잔득 주고 씰룩거리고 하더니...
동공이 확 풀리면서....... 식은땀도 나면서...
정신적 아노미 상태에 다다른 듯하다.

 

아마도 이 질문은 이군이 보유한 뇌세포가
처리할 수 있는 용량을 벗어난 질문이었던 듯하다.

 

나 역시 이놈을 쉽게 이해시킬,
똑부러진 답은 없는 상태에서
그냥 즉흥적으로 대화를 시작했기 때문에
이군의 공황상태를 조기에 안정시킬
특별한 방법이 없어서 순간 난감했다.

 

여차하면 119에 전화를 해야 될지도
모르는 아찔한 상황이랄까....?

 

그런데 그 바로 순간...
내 눈에 이군의 엉성하게 거뭇거뭇한 콧수염이 들어왔다.


그래 이거다...!


저 : (나지막한 목소리로) 이군아..!

이군 : (거의 눈이 풀렸다.) 에 ~ ~ 예..

저 : 여자들이 공부 잘하는 남자를 좋아할까? 공부 못하는 남자를 좋아할까?

이군 : (여자 이야기에 살짝 눈빛이 살아난다.) 공부 잘하는 남자요...

저 : (더 나지막한 목소리로...) 그렇지.........!

그리곤 난 그냥 눈썹만 두 번 씰룩 거려줬다.


그와 거의 동시에, 완전히 풀려가던 이군 눈은
언제 그랬냐는 듯 초롱초롱 해지면서, 힘이 빡 들어간다. 
그 상태를 확인하곤 그냥 어깨를 두 번 툭툭 쳐줬다.


그랬다...!

 

이놈은 2차 성징이 나타나기 시작한,
사춘기 소년이었다!

 

6학년 콧수염 이군...!

그는 자리에서 벌떡 일어나
특유의 빠릿한 자세로
학원 문을 힘차게 밀고 나갔다.


 

이군아..!

 

그런데 잘 씻는 것도 중요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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