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erapeum의/학원(2012~2013)

학원 이야기 003

serapeum 2012. 9. 27. 11:36


우리 학원과 안 어울리게, 대단히 성실한 초등학교 4학년 이 모군..


오늘도 어김없이 절룩거리며 학원 문을 넘는다.

이군은 저번 주, 자전거에서 굴러 무릎이 나갔다.

그런데도 그 날 무릎에 피가 배인 붕대를 감고 학원에 나타나 모두를 경악시켰다.

그래도 지금은 상태가 많이 호전되어 머리가 좌우로 흔들거리진 않는다.


저 : 어서와..

이군 : (내 앞에만 오면 좀 심하게 절룩거린다.) 안녕하세요.

저 : 오늘은 어때? 많이 좋아진 거 같은데..?

이군 : (멋쩍게 히죽이며) 에~ 예~ 에~


이군은 여느 사내놈들이 잘 보여주지 않는 윗잇몸을 드러내며 히죽이는 버릇이 있다.

그건 오늘도 구석자리에서 곱셈구구 5장째 쓰고 있는 2학년 전군의 씨크함과는 또 다른 매력이다.


이군 : (진도지와 책들로 불룩한 바인더를 쓰다듬으며..) 이게 다 제가 공부한거에요?

저 : 구래.. 뿌듯해..?

이군 : (멋쩍게 히죽이며) 에~ 예~ 에~

저 : 다음 달엔 더 두꺼워 질 거야...

이군 : (순간 웃음기 사라진 멍한 얼굴로..) 정말요..!  어.. 지금도 많이 두꺼운데..

       (그리곤 다시 히죽이며..) 바인더 터지겠어요.. 

저 : 그런가.. 하긴 바인더가 터지면 안 되지..

이군 : (살짝 뭔가 기대하는 표정으로..) 에~ 예~ 에~

저: 음.. 그래... 그럼 다음 달엔 바인더를 좀 얇게 만들어볼까..?

이군 : 에~ 예~ 에~

 

한껏 만족스러운 얼굴로 진도지 한 손에 들고

절룩거리며 자기자리로 돌아가는 이군의 뒷모습을 보면서,

살짝 조삼모사가 떠올랐다.


미안해... 이군아 ~ !

우리학원 프린터는 양면 출력되는 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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