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erapeum의/학원(2012~2013)

학원 이야기 001

serapeum 2012. 9. 25. 11:31


오늘도 힘차게 문을 열고 그놈이 들어선다.


원래 표정이 그런 건지, 공부하러 학원에 오는 게 싫은 건지

왼쪽 입 꼬리에 잔득 힘이 들어간 썩소를 지으며

"안녕하세요!", 씨크하게 인사를 날린다.
 
바인더를 집어 들고는 언제나 그렇듯 고무줄을 두 번 튕겨준다.

항상 느끼는 거지만, 짜식의 그런 행동이... 나름.. 멋스럽다.

물론, 내 앉은키랑 키가 비슷해서 모양이 좀 빠지긴 하지만...


 
그놈 : (당당하게) 3시에 가야 되요.

저 : (의심스런 표정으로) 왜?

그놈 : (약간 당당하게) 엄마가 데리러올거에요.

저 : (그래도 의심스런 표정으로) 구래... 그런데 숙제는?

그놈 : (흠칫 놀라는 헐리우드급 표정연기와 함께) 아.. 깜빡 했어요.

저 : (상당히 의심스런 표정으로) 하긴 다했니?

그놈 : (속고만 살았냐는 표정으로) 예...

저 : (그래 속고만 살았다는 표정으로) 정말? 그럼 가져와 볼까?

그놈 : (급당황한 표정으로) 아니... 저.. 하나는 못했어요....

저 : (일자 눈썹표정으로) 구래.. 알았다.... 자, 외워!



 
저번 주에 등장한 초등학교 2학년 전 모군....

벌써 스웨터를 입고 나타나서 덥다고 설레발도 칠 줄 아는 그놈은

아직 곱셈구구를 못 끝냈다...  -..-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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