며칠전, 숙소에서 할 일 없이 TV채널만 계속 돌리다가 EBS 방송에서 멈춘적이 있습니다. "보니, 하니"라는 프로그램에서 새 여자 진행자를 다시 뽑는 이벤트를 진행하는 방송을 보여주더군요. 이 프로그램에서 인기를 얻은 이전 진행자가 일을 그만두고 새 진행자를 뽑는구나 했습니다. 4명의 십대의 어린 경쟁자들이 이런저런 게임을 하며 자신의 재능과 절박함을 어필하느라 그 찌는 무더위 속에서 최선을 다하고 있었습니다.
그 프로그램을 잠시 시청하다가 이런 생각이 들더군요. 그 방송은 초등학생들 대상 프로그램이던데, 구지 저렇게 공개적으로 진행자를 뽑는 방송을 할 필요가 있었을까? 다른 상업방송들에서 이제는 일상이 되어버린 무한경쟁의 공개오디션을 교육방송의 초등학생 프로그램에까지 도입할 필요가 있었을까하는 안타까움이 들었습니다.
다시 말하지만, 어디든 지원자가 여러 명인 경우에 적절한 선발방식으로 그 인원을 충원하는 것은 당연한 일이지만, 시청대상이 초등학생들인 교육방송의 프로그램에서까지 선택된 일인이 모든 것을 차지하게 되는 승자독식의 처절한 경쟁일 수밖에 없는 결과가 분명히 보이는 방송을 만들어 보여주는 것이 안타까웠다는 겁니다. 제 생각에는 전혀 교육적이지 못한 방송을 교육방송에서 보여주고 있었습니다.
그 프로그램의 끝은 모든 것을 차지하는 1인의 해피엔딩과 경쟁에서 패한 낙오자들의 공허함과 막막함일텐데, 그 프로그램의 주된 시청자인 초등학생들이 벌써부터 그런 승자독식의 경쟁과 결과를 당연한 것으로 받아들여야만 하는 한국사회의 현재가 막막하게 다가왔습니다.
그리고 저번 주에 오랜만에 친구를 만나서 스크린 골프장을 찾았습니다. 이전에 한국에 있었을 때는 골프를 치지 않았기 때문에 스크린 골프장을 가본적이 없었는데, 이번에는 캐나다에서 친 경험이 있어서 그 곳을 약속장소로 잡아서 만났었습니다. 그 친구와 방을 배정 받아서 게임을 했는데, 친구와 골프를 치면서 이야기를 해보니 한국의 골프는 거의 경쟁의 끝판왕이더군요.
물론, 그 친구가 골프를 치는 환경이 좀 심한 경우일 수도 있겠지만, 저의 경험으로는 도저히 따라 갈 수 없는 경지였습니다. 제가 캐나다에서 골프를 칠때는 그냥 대충 운동복 입고 필드에 나가서 슬슬 걸어다니다가 오는 수준인데, 한국의 골프는 거의 전쟁과 같아서 대부분의 사람들은 프로입문을 위해서 골프를 친다고 봐야 겠더군요.. 그냥 즐기는 아마추어 골퍼가 있기는 있는지 의심스러웠습니다. 저는 앞으로도 한국에서는 필드는 물론이고 스크린 골프도 못하겠구나하는 생각을 했습니다.
어디 그 것 뿐이겠습니까? 각종 학원들로 꽉찬 상가빌딩들을 둘러싸고 있는 수 많은 노란색의 학원차량들과 그 사이를 달리는 아이들, 잠시도 틈을 주지 못하는 차량들의 질주, 어디나 더 높이 솟아오르는 명품 아파트들 .....
잠시지만, 캐나다에 있는 동안 잊고 지냈던 생존경쟁이라는 화두가 한국에 오니 바로 다시 살아나네요.
경쟁 없는 사회가 어디 있겠습니까? 물론입니다. 어디나 경쟁은 존재합니다. 그러나 사회의 모든 부분이 경쟁인 이런 숨막히는 곳에서 치열하게 자신들의 삶을 살아가는 한국인은 정말 대단한 분들 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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