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이들 영어조기유학을 위해 코타키나발루를 찾는 분들이 갑자기 늘어나고 있는 듯 합니다. 머~ 확실한건 아니고.. 코타키나발루 관련 카페 등에 이곳의 생활과 학교에 대한 문의 글이 눈에 띄게 늘어나고 있는걸 보니 그렇다는 겁니다.
처음에 외국에 나왔을 때, 이왕 나와 있는 거 딸아이에게 영어나 익숙하게 하자는 생각으로 여러 기회를 주다보니, 조기유학의 허실이 좀 보이더군요.. 조기유학을 나온 아이들의 영어실력향상에 대한 부모님들의 기대는 물론 천차만별일 겁니다. 그러나 공통적인 것이 하한선은 제한이 있는듯하나 상한선은 제한이 없는 듯 하더군요. 여기서 문제가 생기고 다툼이 생기는 듯 합니다. 물론 그 사이에서 아이들만 다치는 거겠죠..
딸아이의 경우, 한국에서 보습학원이나 어학원을 보내질 않았었고, 그다지 공부에도 관심이 없었기 때문에 딸아이가 뉴질랜드에 갈 때 영어실력은 "0"이었습니다. 알파벳도 모르고 갔었으니까요. 당연히 처음에 학교에 가서도 벙어리 신세였겠죠. 나중에 물어보니 대화가 되지 않아 친구들과 놀 수가 없는 어려움이 생각보다 큰 스트레스였다고 하더군요.
그중에서 가장 큰 스트레스는 영어를 할 줄 아는 한국 아이이었답니다. 영어와 한국어를 모두 할 수 있다는 게 하나의 권력이 되어, 자연스럽게 지배와 복종을 요구하는 관계가 형성되더라는 겁니다. 이게 가장 큰 어려움 이였다고 이야기하더군요.
물론, 말레이시아에 온지 1년 반이 지난 지금은 반 아이들과 수다도 떨고 각자 집에 놀러 다니고 하면서 잘 지내고 있습니다. 호주국적의 아빠를 둔 백인-말레이 혼열아이와 대만에서 온 중국아이 등 단짝 친구들도 생겨서 요쯤은 학교생활을 너무 잘 하고 있습니다. 전에는 한국에 빨리 돌아가고 싶다고 하던 아이가 7월을 지나면서부터는 한국에 가기 싫다고, 가지 않으면 안되냐고 투덜거리고 있을 정돕니다.
어째든 이렇게 아이들은 외국에 나와서도 자신들이 처한 상황에 따라서 환경변화에 잘 적응하며 살아갑니다. 그런데 언제나 그렇듯 문제는 어른들의 욕심에서 발생합니다.
마눌님 왈, 주위 엄마들이 딸아이의 영어실력이 많이 좋아졌다고 한마디씩 한답니다. 당연히 처음에 이곳에 왔을 때와 비교해서 그렇다는 겁니다. 그러면서 어떤 분은 자신의 아이는 별 변화가 없다고 한숨을 쉰답니다. 그런데 그 아이들의 영어수준을 보면, 제 딸아이보다 모두 높습니다. 단지 이곳에서 생활하고 공부한 시간이 비슷하거나 긴데 실력향상의 정도가 작다는 것에 대한 아쉬움을 그렇게 표현하는 걸 겁니다.
그런데 분명한 것은 아이들이 구사하는 영어는 자연스럽게 그 연령에 맞는 수준을 찾아가게 된다는 겁니다. 초등학생에게 대학생 수준의 영어교재로 가르친다고 해서 그 아이가 대학생 수준의 영어를 구사할 수 있는 경우는 쉽게 볼 수 있는 것이 아닙니다. 아침방송 깜짝쇼에나 나올법한 상황인거죠. 실제 대다수의 초등학교 아이들이 아무리 열심히 올라가봐야 중학교 저학년 수준의 영어정돕니다. 이건 아이들이 수용할 수 있는 한계점이 있기 때문입니다.
영어를 전혀 못하는 초등학교 4학년 아이가 2년 동안 영어를 사용하는 환경에 노출이 되어 생활하다보면, 영어를 사용할 수 있는 능력은 놀라울 정도로 향상됩니다. 신생아 수준의 상태에서 영어를 사용하는 나라의 초등학교 6학년 수준으로 올라서는 겁니다.
그런데 한국에서 이미 영어를 사용하는 나라의 초등학교 4학년수준의 영어능력을 갖았던 아이가 외국으로 영어를 위한 조기유학을 초등학교 4학년 때, 2년간 나오게 되면 향상되는 정도는 2년 동안 초등학교 6학년 혹은 성과가 아주 좋으면 중학교 저학년 정도의 수준이 됩니다. 그냥 절대적 기준에서 보면, 영어능력 향상의 정도가 그다지 눈에 보이지 않는 겁니다.
또래 나이 때의 언어를 사용하는 건, 당연하고 자연스러운 겁니다.
그런데도 어른들은 그걸 무시하고 아이들에게 성인수준의 영어를 하지 못한다고 다그치기만 할 뿐입니다. 재미있는 건 아이들에게 한글로 된 대학생들이 읽는 책을 주고 그 책을 읽지 못하고, 이해 못한다고 혼내는 부모는 없지만, 영어로 된 교재를 주고 못 읽고 이해 못 한다고 혼내는 부모는 많다는 겁니다.
아이들이 받아들이고 구사할 수 있는 영어수준은 그 아이가 알고 있는 모국어의 수준과 비례합니다. 아이가 초등학교 수준의 모국어를 구사하는 정도라면 영어 역시 그 수준을 넘어서는 것이 쉽지 않습니다. 대학생 수준의 모국어를 구사하는 아이는 당연히 영어도 그와 동일한 수준으로 구사하는 것이 어렵지 않습니다.
예를 들어 아이가 affirm이란 단어를 교재에서 보고 열심히 그 단어를 외웁니다. affirm의 뜻을 번역하면, 한국어의 "단언하다. 확언하다"입니다. 문장을 읽으면서 이와 같이 뜻을 모르는 단어들을 열심히 단어장을 만들어서 암기합니다. 그리고 암기를 잘 했는지 시험도 봅니다. 물론, 잘 통과합니다. "affirm - 단언하다. 확언하다." 바로 답이 나올 정도로 완벽하게 암기가 됐습니다.
이 지점에서 부모는 만족 합니다. 그런데 정작 문제는 다른 곳에 숨어 있습니다. "affirm - 단언하다. 확언하다."를 잘 연결시키는 그 아이는 정작 "단언하다"가 무슨 뜻인지 모르고 있다는 겁니다. 정말 영어로 "단언하다"를 알면서도 우리말로 설명하지 못하고 그 의미 역시 이해하지 못하는 것은 너무나도 심각한 문제 입니다. 이 문제에 대한 깊은 이해가 결여되면, 그 아이는 결국 "구글 번역기"일뿐 입니다.
구글 번역기에 영어 문장을 처넣고 번역기를 돌리면 단어들은 잘 번역해 줍니다. 그런데 그게 좀 긴 문장이 되면 무슨 소린지 알 수가 없는 단어들의 나열만 보여주는 경우가 태반입니다. 잠깐 이야기를 하면 영어를 잘하는 것 같기는 한데, 좀 길게 이야기가 오가면 식은땀 흐리는 이유가 여기에 있습니다.
자기도 자기가 무슨 소리하는지 모르는 경우가 많기 때문입니다. 단어장에 있는 뜻 모를 한글을 말할 뿐이니까요. 저의 딸아이도 종종 이런 문제에 부딪히는 모습을 보이곤 합니다. 엄마와 단어 시험을 봐서 번역은 다 맞았는데, 정작 그 단어의 뜻은 모르는 경우 말입니다.
부모님들은 아이가 대학생들이나 사용할 만한 어려운 단어들도 척척 이야기하면, 당연히 그 아이는 대학생 수준의 영어를 구사할 수 있을 거라고 생각들을 하게 되는데, 거기서 아이들의 생각과 괴리가 생기는 것 같습니다. 아이는 그냥 초등학생일 뿐인데 말입니다.
그냥 요즘 코타키나발루를 조기유학지로 선택하는 분들이 갑자기 늘고 있는 것 같아서, 오랜만에 주절거려 봐 씁니다. 그나저나 저도 조만간 한국으로 돌아가면, 더 늦기 전에 바로 딸아이와 한글/한자 공부를 열심히 할 예정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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