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뉴질랜드 생활이야기 - 파란만장 세탁기 구입기

serapeum 2009. 9. 16. 23:49

오늘 드디어 세탁기가 자리를 잡았습니다. 8월 31일 주문했는데,  결국 오늘 받았습니다. 그런데, 무지하게 많이 밀렸던 빨래들을 새 세탁기에 돌리면서 제 마눌님이 마냥 흡족해 했을까요..?? 어땠을까요..??

 

예.. 맞습니다.. 제 글들을 지금껏 꾸준히 읽으신 분들이라면  이번에도 뭔가 일이 있었구나하고 직감적으로 눈치를 채셨을 겁니다... -..- ;  이 세탁기.. 사연이 아주 깁니다. 흔하지 않은 경우고,  이야기가 길어서  그냥 쓰지말까 하다가,  혹시나해서 알려드리니까.. 저런 일도 있구나하고 보시기 바랍니다.. ^^

 

8월 31일, 앞으로 살 곳 주변의 상가들을 파악하기 위해서 Lynn Mall을 돌아다니고 있었습니다. 가게들이 거의 문닫을 시간이 가까워진 5시 쯤, 마눌님이 그 곳에 있는 Loel Leeming의 전단지를 보고는 쏜살같이 뛰어들어가더군요. 그리곤 제일 가까운 직원에게 세탁기와 냉장고를 구매하기 위해 왔다는 의사표현을 기가막히게(?) 했습니다. 알고 보니 그날이 특별세일을 하는 날이더군요.

 

정말 마눌님의 그 동물적인 쇼핑감각에 그날은 정말 탄복했습니다. 가격이 많이 저렴하긴 하더군요. 냉장고 ELBA 373리터  $1,199짜리가 $948이고,  세탁기는 Whirlpool 드럼 7.5kg $1,099.99짜리가 $799이였습니다. 이런저런 흥정이 오가고 결국에는 5년 워런티 사고, 배송료 무료로하고 해서 $2,045에 협상을 끝냈습니다. ( TIP : 여기서 고가의 물건을 구입하실때, 판매직원과 흥정이 가능합니다. 깍는 것이 가능하다는 겁니다.)

 

그런데 결재를 앞두고 문제가 생겼습니다. 배송은 5일후에나 가능하다는 겁니다. 그래도 "가격이 참으로 착하니" 이해하기로 했습니다. 침대가게에서는 2주를 이야기하기도 했었는데 그 정도야 짧은거죠. 하여간 일전에도 썼듯이 냉장고는 정확히 5일만에 도착 했습니다. 물론 약간의 하자는 있었습니다. 냉장실 서랍모서리가 파손된건데, 이 역시 "가격이 참으로 착하니" 모른척 하고 배송완료 싸인 해줬습니다.(배달하는 마오리 청년이 집으로 들어오는데, 냉장고는 널널하게 들어오는데 그 청년이 문에 끼더군요.. -..-; )

 

그런데 세탁기는 다음 주에나 온답니다. 그래서 알았다하고는 2주만 넘기지 말기 바랬습니다. 그러다 그 다음주에 Loel Leeming 앞을 지나칠 일이 있어서, 매장에 들어가서 세탁기에 대해서 그 때 판매직원에게 물어 봤습니다. ( 솔직히 기다리다 지친 마눌님이 앞장 썼습니다.. -..- ) 


그 인도 넘 웃으면서 너무 반가워 하더군요. 일전에 냉장고와 세탁기 계약할 때, 조만간 LCD-TV도 구입할 예정이라고 이야기를 했었거든요..

 

햇살가득 남편(햇살가득은 마눌입니다.) : " 세탁기 언제 오니? "  
인도계 판매직원 : (잠시 당황하는 눈빛..) 

                          " 글쎄 확인해 볼께.. 잠깐만 기다려 .. "

햇남 : " ..."
인판 : " 지금 확인해보니 9월24일이네... "

햇살 : (눈알을 번뜩인다.)
인판 : (눈치가 100단!) " 아~ 그 때 너무 많이 팔려서 물건을 수입해야 되서 그렇게 됐데.. 가격을 생각해봐 .. 이해할 수 있지..? "

햇살 : (급격히 릴렉스 된다.)
햇남 : " 그래 알았다. 기다리마.. 잘있어라 .. 다음에 보자.. ! "

인판 : " TV는 안사니...? "
햇살 : (그냥 무시하고 나간다.)
햇남 : " 저 분이 세탁기 받으면 생각해본데.. 다음에 애기하자.. 지금 상황이 안좋다.."

 

그리고 집으로 왔습니다. 그런데 정확히 11일째가 되는날 아침 일찍 그 판매직원에게 다급한 목소리의 전화가 왔습니다.

 

인판 : " 아침 일찍 미안해.. "
햇남 : " 괜찮아.. 그런데 왜..? "
(주: 걸려오는 전화는 운전중에도 무조건 제가 받습니다. 핸드폰을 던지는데 받다가 사고 날뻔도 함.. -..-; ) 

인판 : " TV하고 세탁기에 대해서 할 애기가 있어서 그러거든 매장으로 와줄 수 있어..?
햇남 : " 그래 갈 수 있어.. 오후 2시쯤 갈께.."

 

- 장소는 Loel Leeming 매장 -

 

햇남 : " 무슨 애기야..? "
인판 : ( 아주 친근한 미소를 지으면서 이야기 시작 )
       " 다른게 아니고 주문한 세탁기에 문제가 좀 생겼어.. 큰 건 아니고 모델명이 변경됐데.. 그런데 걱정하지마 .. 주문한 상품은 1071BD잖아.. 그런데 제조회사에서 그러는데 지금 배타고 오는건 1070BD래.. 한 끗 차이야.. 모델 숫자만 하나 다르고 완전히 똑같은 제품이래..그래서 그런데 영수증의 모델명을 수정해야되.. 이해하지..? "

햇살 : ( 눈섭을 찡그린다..)
인판 : " 걱정하지마.. 정말 똑 같은 제품인데 .. 모델명만 달라.. 정말이야 "
햇남 : ( 햇살의 말 통역..!) " 환불되지.. -.- + "
인판 : ( 땀 삐질..! ) " 물..물론.. 가능하지.. 그런데 잘 생각해봐.. 가격을 ...  어디서도 이 가격은 없어..."

햇살 : ( 눈알이 돌아가기 시작.. 그리고는 잠시후 평온을 찾음. )
: " 그래 그럼 언제 오는데.. 지금 집이 세탁물들로 난장판이야.. "
인판 : " 으음~~ 빠르면 다음 주에 도착한데, 조금만 더 기다려줘.. 가격을 기억하면서.."

: " 하지만 너무 오래 기달리잖아... 이 매장에는 제품이 없는거야.. -.- + "
인판 : " 물론 ..  니가 정 급하면 물건이 없는건 아니야...  저기 DP제품 보이지..  원한다면 저거 가져갈 수 있어.. "

: " 장난해.. -.- + "
인판 : " 저거 가져가면, 다른제품 살때, $30 추가로 깍아줄께.. --; "
: " 그래................. $30.................! 그럼 더 깍아줘봐... "
인판 : ( 화들짝 놀라는 헐리우드 액션을 보이고는 ) 

         " 안되..! 그렇순없어.. 이미 너무 낮은 가격에 구입했잖아..! "

: " 그래.. 그럼 새제품 기다릴래... DP제품 싫어..!

 

그래서 모델명만 쌀짝 바뀌었다는 판매직원의 말을 믿어주기로 하고 영수증에 제품명을 수정해서 새로운 영수증을 받아왔습니다. 그런데  ICA에 등교를 시작하는  월요일 아침에 배송직원에게 전화가 와서 오전에 세탁기를 배달할거라고 하더군요. 그래서  마눌님에게 그렇게 알려주고 학교로 향했습니다.  그리고 수업이 거의 끝나갈 무렵 집에서 핸드폰으로 전화가 왔습니다.

 

내용인즉, 세탁기가 오긴 왔는데 냄새가 엄청나고 녹도 있고,  이건 완전이 몇 년 창고에서 썩었던 제고품인 듯한 세탁기가 왔다고 하더군요. 게다가 절전 별 갯수도 반개가 부족하고..(이건 좀 -..-;), 드럼이 모두 스테인레스가  아닌 프라스틱이 썩여 있는 제품이라면서 잔득 독이 올라 있었습니다.

 

                     < 녹슨 자국과 고무부분이 부식되어 얼룩진 자국 >

 

그날 학교에서 돌아와서 확인을 해보니 정말 중고제품이거나 몇 년 창고에서  썩은 제품이더군요. 세탁기 입구에 있는 고무 부식된 냄새가 진동을 하더군요. 그래서 바로 Loel Leeming으로 갔습니다. 물론, 그 판매직원을 찾아갔죠. 


역시나 인도인 특유의 미소를 하나가득 지으며 " How are You today ? " 하더군요. 그래서 바로  "Not Good"해줬습니다.  그러자 이 넘 얼굴색 하나도 바뀌지 않으면서 "오늘 세탁기 배달되지 않았냐? 좋지 않냐?" 그러더군요. 그래서 제품의 상태에 대해서 설명을 했습니다. 그러자 그럴리가 없다면서 어딘가 전화를 하더군요. 그리고는 제품은 틀림없이 새 것이라고 합니다.

 

햇남 : " 그래 그럼 그 녹(rust)과 냄새는 뭐냐? "
인판 : " 글쎄.. 전화해 봤는데.. 녹이 아니고 드럼 이음세에 생기는 자국일꺼래.. "

햇남 : " -.- ; .. 너 그 제품 보기는 했니..? "

인판 : " 아니 .. 난 판매만 해.. 너도 알잖아..! "
햇남 : " 알았다.. 근데 환불되냐..? "

인판 : " 사용했니..? "
햇남 : " 당연히 안했지..! "
인판 : " 그래.. 그럼 환불은 가능해.. 그런데 니가 직접 그 세탁기를 들고 이 매장에 갖고 와야해, 안그러면 니가 반품 배송료를 부담해야해.. 그런데 다시 한번 생각해봐 .. 가격을.. "

햇살 : " 그래도 환불할거야.. -.- + "
인판 : (삐질) " 그.. 그래.. 그럼 이건 어때 저번에 이야기 했던거...DP상품을 가져가는거 말이야.. 다른 제품살 때, $30도 더 깍아주잖아.. 가격을 생각해봐.. 어디서도 이 가격은 없어... "
햇살 : " ... "

 

하여간 좀 시간을 끌다가, 결국은 DP상품으로 교환하기로 했습니다. 지금 상황에서 환불 받아서 그 세탁기를 들고 왔다갔다 하는 것도 큰 일이겠더군요. 다시 세탁기 알아본다고 돌아다니면, 집에 싸여있는 빨래감들도 문제고... 2달 전시됐던 세탁기라 먼지가  조금 묻은 정도가 문제지 기능상의 하자는 없을거라 생각했습니다.


그런데 문제가 또 생겼습니다. 배송료와 배송일이 문제가 된겁니다. 제품 교환에도 배송료가 든다는군요. 배송일도 내일은 힘들고 좀 알아봐야 한다고 합니다. 그래서  제가 그 넘 한테 조용히 한마디 해줬습니다.

 

햇남 : " 야.. 너.. 내 와이프 오늘 무지 화났거 알지.. ? 여기서 LCD-TV 사는거 힘들거 같다..."
인판 : ( 역시 삐질 .. 재빠른 행동으로 어딘가 통화를 함. )
       " 알았어.. 배송료는 우리가 부담할께 배송도 내일 아침 일찍 가능하데..^^; "

햇남 : " -,.-  ... 좋아 .. 그렇게 하자.. "

햇살 : " ... -.- + "
인판 : (재빨리 어디선가 크리닝 약품과 헝겊을 들고 나타남.) 

         "내가 잘 닦아서 보낼께... 걱정하지마.. " 


그렇게 해서 오늘 아침에 세탁기가 완전히 자리를 잡았습니다. 결국은 DP제품을 할인가에 구입한 꼴이더군요.. 나 참 ...-.- ; 하여간 세탁기가 돌아가고 밀려있던 빨래들이 해결되니 마눌님도 급온화해져서 빨래를 자꾸 하고 싶다고 흥얼거리기까지 하더군요.. -..-;




하여간 이 나라와서 이런 경우도 있었습니다... ^^ ; 저희는 남들 일생에 한 번 경험하기도 힘든 일들을 이렇게 자주 경험하는지... 그거 참 .... 거시기 하네요...  앞으로는 또 무슨 일이 있으려나... 기대가 됩니다.. ㅋㅋ